[샌드박스 혁신 리포트] 옥외광고 효과 측정 솔루션 개발 ‘애드’
- 2022-12-22
오프라인 광고의 송출 효과 극대화 장점... 인공지능 원천 기술로 광고시장 혁신 꿈꿔
[일요신문] 애드(ADDD)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옥외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애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솔루션 애드아이(addd-i)는 광고판에 부착한 카메라로 얼마나 많은 보행자가 해당 광고를 눈여겨봤는지 파악한 후 성비와 연령대 등을 비식별 데이터로 추출해 광고주 등에게 전달한다. 광고 집행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트럭 등에 디스플레이를 달아 위치와 시간대 등에 따라 보행자 특성에 맞게 분류된 광고를 송출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광고 매체로까지 발전했다. 애드의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인공지능과 시너지 이룰 분야로 ‘광고’ 선택
안상현 애드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3년이었다. 당시 최상위 클래스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운영에 회의를 느껴 학원사업을 그만둔 후로는 IT비즈니스 분야에서 웹·앱 개발 업무를 맡았다. 안 대표는 “당시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었고 그걸 지켜볼 기회들이 많았다.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 학부 시절부터 박사과정까지 카이스트에서 줄곧 수학한 덕분에 주변에 뛰어난 동료가 많았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들과 의기투합해 창업을 결심했다.
2018년 4월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사업자 등록까지는 1년 반의 틈이 있었다. 원천기술 확보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인공지능 원천기술이 구글에 있었다. 안상현 대표는 “구글이 오픈API를 자꾸 배포하면서 국내 사업자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많았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마이너한 기술일지라도 반드시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접자는 각오로 뛰어들었다. 애드는 1년 후 데이터로 행동 분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식별 데이터 처리 기술을 고도화했다. 구글에 밀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다만 처음부터 광고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비식별 데이터 처리 기술을 접목했을 때 가장 효과가 클 법한 분야를 찾아야 했다. 오프라인 광고 분야가 적격이라는 판단이 섰다. 초기에 생각해낸 광고 방식은 일반 자동차에 스티커 광고를 붙이고 달려서 수익을 내는 ‘달고S’와 트럭에 광고를 붙이는 ‘달고T’였다. 통신사 데이터와 통계청 인구통계 데이터 등을 분석해 특정 시간대 유동인구를 유추해 광고 효과 추정치를 낼 수 있었다. 안상현 대표는 “그러나 광고주들은 추정치보다는 정확한 수치에 마음이 움직인다. 카메라를 달아 디지털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광고의 실질적인 효과를 분석하는 ‘달고D’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부 규제에 걸렸다는 점이다. 3건 다 각각 규제 샌드박스를 받아서 진행해야 했다. 안상현 대표는 “비영업용 차량으로 돈을 버는 것이 불법이었고 개인정보 이슈도 처리해야 했다. 3개 다 허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방해 없이 충분한 실증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의 구글’ 노리는 애드
안상현 대표가 예상했던 대로 시장의 수요는 상당했다. 애드가 특례승인을 얻어낼 때마다 연락이 빗발쳤다. 안 대표는 “올해 9월에 특례승인 받은 달고T도 이미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여러 병원들이 구매의향서를 보낸 상황이다. 애드아이도 지하철이나 대형마트 유통사 등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협업 요청을 주신 덕분에 내년 1월부터는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드아이의 장점은 문화 장벽이 없다는 점이다. 안상현 대표는 “전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에 우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규제 이슈를 제외하면 해외 진출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저희 판단”이라고 말했다. 2023년부터는 일본,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옥외광고가 발달한 국가들부터 진출하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도 후발주자들이 옥외광고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데다가 법령이 개정될 경우 국내 기업들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지만 경쟁력은 자신 있다는 것이 안상현 대표의 설명이다. 샌드박스 특례승인을 받은 애드의 경우는 실증 기간 동안 인공지능을 충분히 훈련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상현 대표는 “다른 데서는 데이터를 저희처럼 뽑아내질 못한다. 일반적인 이미지 촬영 카메라로는 화면에서 나갔다가 들어오는 사람이 동일한 사람인지 추적이 안 돼서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애드아이의 비전 카메라는 눈, 귀, 코, 어깨 등을 촬영해 비식별 데이터를 뽑아내고 전체적인 시선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때문에 정보가 훨씬 구체적이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진다. 향후 애드의 목표는 오프라인 광고도 온라인 광고처럼 플랫폼화하는 것이다. 안상현 대표는 “서울 강남역 같은 곳에서 큰 사이니지 광고를 걸려면 1년씩 대기해야 한다. 온라인 광고의 경우 데이터가 있으니까 시간별로 쪼개서 가격을 매기는데 오프라인은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고 효과 데이터가 측정되면 오프라인 광고 또한 시간대 별로 입찰을 받아 광고를 쪼개 송출할 수 있다. 광고 송출의 효과를 최대한 효율화할 수 있는 셈이다.
애드의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은 이미 인정받고 있다. 퓨처플레이,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신용보증기금(KODIT)의 '퍼스트 펭귄'에 선정됐고 2022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22) 시연 등을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안상현 대표는 “TIPS를 통해 처음으로 큰돈이 들어왔을 때는 덜컥 겁이 났다. 이제 발을 못 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처음 매출이 발생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누군가가 돈을 주고 사 준다면 이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샌드박스로 인해 독점 지위를 유지하는 기간에 선점효과를 누리려면 당장의 수익보다는 더 많은 고객에게 애드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안상현 대표는 “한번 써보면 에드아이의 편리함과 효율성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구글이 진입하면서 30배 이상 규모가 커진 것처럼 오프라인 시장에도 충분히 그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상현 대표는 “복잡한 오프라인 광고 시장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드리고 싶다. 데이터 제공을 넘어서서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광고를 걸 수 있도록 중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